귀부 貴腐는 noble rot을 한자로 옮겨놓은 것으로 "귀한 부패"를 뜻합니다. 그렇다면 귀부 와인이란 무엇일까요?
개괄
귀한 부패 와인이라니 도대체 귀부 와인은 어떤 와인을 말하는 걸까요? 귀부 와인이란 달콤한 디저트 와인의 일종입니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세계 최고가의 와인 중 하나가 이 귀부 와인이라고 합니다. 귀부 와인은 포도알에 특정 곰팡이가 피면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 곰팡이는 포도알 껍질을 상하게 하여 구멍을 만드는데 그러면 포도 안에 있던 수분이 날아가면서 포도알이 농축되고 결과적으로 달콤한 맛이 증대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건포도가 일반 포도알보다 달콤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렇게 농축된 포도알을 가지고 와인을 만들게 되면 당도가 몹시 높은 와인이 됩니다. 그것이 바로 귀부 와인이라고 합니다. 이때 포도알을 감염시키는 곰팡이를 귀부균이라고도 부릅니다.
특징
귀부 와인은 먼저 포도알이 곰팡이에 감염되어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 곰팡이 Botryrtis Cinerea 가 포도를 적당히 감염시킬 수 있도록 기후가 적당히만 움직여줘야 하고 또 감염으로 인해 포도가 완전히 상하지는 않도록 적당한 기간 동안만 감염이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밤새 안개가 끼면서 습윤한 환경이 유지 돼줘야 하고 오후에는 햇빛이 비쳐줘야 포도알이 건조되기 때문에 습도가 적절히 받쳐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균에 의해 감염되면서 포도 껍질이 영향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와인 양조용 와인이면서도 껍질이 얇은 포도 품종이 주로 감염의 대상이 됩니다. 대체로 쇼비뇽 블랑이나 세미용과 같은 포도 품종이 사용됩니다. 이랬을 때 드디어 포도가 감염되고 나면 이번에는 섬세하게 수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포도는 알알이 맺히고 감염도 하나하나 이루지기 때문에 귀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감염된 포도알만을 수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감염은 됐으나 아직 감염의 정도가 낮은 포도알은 더 익을(?) 때까지 두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을 하나하나 사람이 손으로 관리해줘야 하고 따라서 비용이 많이 들게 됩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귀부 와인의 생산량 자체가 극히 적습니다. 기후도 맞아야 하고 포도 품종도 맞춰야 하고 그 해의 날씨가 잘 맞아떨어져서 포도알들이 감염 돼줘야 비로소 사람들이 수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포도알을 하나하나 따낼 수가 있게 되므로 천혜의 산지가 아니고서는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어렵게 포도를 구했다 하더라도 이미 수분이 날아간 포도알이기 때문에 포도즙을 내고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포도즙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입니다. 귀부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샤또 디켐 chateau d'yquemd에서는 포도 한 그루에서 와인이 한 병 나온다고 할 정도입니다.
종류
귀부 와인은 특정 곰팡이가 포도알을 감염시킬 때 만들어지는 만큼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지역은 헝가리, 프랑스, 독일이 있습니다. 먼저 헝가리의 토카이 Tokaji입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먼저 귀부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헝가리에서는 1650년에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산주의 시절 와인 양조 기술이 철저히 파괴됐다고 알려졌지만 이후 1990년대부터 다시 서양 자본이 투입되고 다시 그 명성을 되찾고 있습니다. 사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귀부 와인은 프랑스 소테른 Sauternes 바르삭 Barsac (보르도)에서 나는 와인입니다. 각각 지역명과 동일하게 소테른, 바르삭으로 부르는데 상술한 헝가리가 공산주의 시절 토카이 공급이 끊기면서 프랑스의 귀부 와인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독일도 귀부 와인 생산 역사가 깊은데 독일에서도 늦수확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헝가리, 프랑스, 독일 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양한 곳에서 귀부 와인을 생산하거나 생산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감염 조건을 인위적으로 맞추는 데 드는 비용 등으로 인해 품질 좋은 귀부 와인은 여전히 전통적으로 강력한 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귀부 와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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