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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야기

숙성에서 병입까지, 와인이 맛있어지는 시간

by 김주뱅 2023. 1. 19.

지난 시간에 포도를 수확하고 압착한 뒤 발효하는 과정까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그 이후에 와인이 병입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와인 숙성

 

 

옮겨 담기

와인이 발효를 마치고 원하는 수준의 알코올과 젖산 함유량을 달성했다면 양조장에서는 와인을 옮겨 담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은 말 그대로 통 옮기기(racking)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다른 용어로는 맑게 하기(clarification)라고도 합니다.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이때 포도즙 이외에 불순물, 즉 포도 껍질, 씨앗 등을 걷어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작업을 언제 어떻게 할지 역시 모두 와인을 만드는 양조 기술의 일부입니다. 이 때 포도즙 액체를 옮기면서 걸러내는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액체를 걸러내면서 아주 미세한 앙금들도 걸러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앙금들을 잘 걸러내기 위해 양조장에서는 계란 흰자를 쓰기도 하고 다양한 화학물질을 첨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곳에서는 화학 물질이 아니라 계란 흰자나 점토 같은 전통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맑게 분리된 포도즙은 이제 숙성을 위해 다른 통으로 옮겨 담습니다. 아무런 숙성도 없이 병입을 하는 와인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보졸레 누보(beaujolai nouveau)입니다. 새해의 첫 와인이라는 이 종류의 와인은 본래 숙성해서 담아 마시기에는 품질이 떨어지는 포도 품종을 우리의 햅쌀 같은 개념으로 바꿔서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숙성

 

대부분의 와인은 더 풍성한 맛과 향을 담아내기 위해 숙성 과정을 거칩니다. 숙성기간은 포도 품종과 환경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납니다. 타닌이 풍부한 포도 품종은 수년에 걸쳐 숙성시키고 나서야 병입을 할 정도로 오랜 기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각 와인 양조장에서 생각하는 품질에 맞추기 위해 오크통에서 숙성시키기도 합니다. 숙성에 사용하는 오크통 역시 다양한 종류가 존재합니다. 또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시간을 보내게도 합니다. 오크통, 스테인리스 스틸, 도자기 등등 어떤 방식을 사용 든 지 양조장이 표방하는 스타일을 완성하면 드디어 병으로 와인을 옮기게 됩니다.

 

병입

와인을 발효하고 숙성하는 데 온갖 정성이 들어갔다면 병입은 기술적으로는 몹시 간단합니다. 여기서 와인의 맛에 영향을 미치면서 중요한 요소로는 어떤 코르크 마개를 사용할지 정도입니다. 숨을 쉴 수 있도록 천연 코르크를 사용할 것인지 코르크가 썩지 않도록 인공 코르크를 쓸 것인지 아니면 사용에 편리한 캡을 쓸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와인에 사용되는 병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특히나 유서 깊은 유럽 지역의 와인은 각 지역에서 이전부터 사용해 오던 모양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균일하게 좋은 품질의 유리병을 구하기 어려웠던 이탈리아에서는 짚으로 와인병을 감싸기도 했는데 끼안띠 와인병의 마케팅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숙성이 오래 필요한 보르도에서는 단단한 와인병을 선호했고 이에 비해 우아한 브루고뉴 스타일 와인병, 길쭉한 스타일의 독일 와인병 등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병을 골라 와인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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