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음주는 사람을 흥겹게 만들고 술을 마시다 보면 때로 영감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와인은 예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선 르누아르 Pierre-Auguste Renoir의 보트 파티의 점심, Le Déjeuner des canotiers,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왜 뜬금없이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을 얘기하느냐?
바로 이 그림의 한가운데에 와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와인이 중앙에 있다고 해서 와인에 대한 그림이라고 하는 게 비약이라고 한다면 아직 와인을 덜 드신 모양입니다. 한두잔 하시고 오시면 이 그림의 주인공이 와인이라는 게 수긍이 가실 겁니다.
르누아르의 그림 중에서도 <보트 파티의 점심>이 사랑받는 이유는 르누아르가 파티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방법 때문일 겁니다. 부산하면서도 나른하고 온갖 향기와 냄새가 뒤엉켜있을 것만 같은 무더운 여름날의 오후를 시각적으로 묘사해 준 덕분에 우리는 저 현장에 있어본 적이 없어도 마치 내가 거기에 있는 듯한 내가 지금 저기에 있는 듯한 착각을 누릴 수 있습니다. 나무사이로 흘러들어오는 바람과 수풀 향기 강에서부터 불어오는 끈적 지근한 여름 바람이 지금이라도 살결에 닿을 것 같은 느낌이죠.
그 와중에 대상 하나하나에 대한 디테일이 살아있습니다. 당장 눈앞에 테이블 한가득 와인과 포도가 놓여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와인을 마시고 반쯤 취한 듯 와인잔은 비워져 있네요. 뒷 테이블에서는 아직 한참 마시는 중입니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 답게 19세기 소풍의 현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와인을 즐기는 모습입니다. 르누아르 본인도 음식과 음료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이 그림에 나오는 와인이 그가 즐겼던 와인과 안주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힌트가 남아있지 않는 이상 추정에 머물 뿐입니다. 그림에서 와인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상징성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한가롭게 와인을 즐기는 이 장면은 평범한 삶을 즐기고 지금 이 순간을 누리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자 하는 갈망'을 묘사했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보트 파티의 점심>을 보고 있노라면 일상의 스트레스를 잠깐 내려놓고 현재를 누리고 싶게 되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와인을 마시면서 르누아르의 <보트 파티의 점심>을 잠시 감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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