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에 와인 산업이 아주 몰락할 뻔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발단
이야기는 19세기 프랑스로 갑니다. 프랑스 와인 대재앙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프랑스를 비롯해 전 세계 와인 생산자와 애호가에게 악몽 같은 재앙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바로 진딧물에 의해 발생하게 됐습니다. 특정 진딧물이 포도나무에 기생할 때 독을 주입하게 되는데 이때 북미 포도나무 진딧물의 독이 유럽의 포도나무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이후에 밝혀졌습니다.
사실 이러한 진딧물이 처음 있었던 것은 아니고 북미 지역에서는 예전부터 유럽에서 포도나무를 들여오면 미국에서 자라지 않는다는 상식이 널리 퍼졌었습니다. 물론 진딧물 때문일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게 오랫동안 진딧물일 거란 생각을 못했는지는 미스터리입니다. 아마 뿌리부터 공격해 오는 이 특징이 이파리에서 주로 보이는 진딧물과 무관할 거라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몸길이 1mm 정도 되는 작은 벌레가 문제일 거라 생각을 못 했던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된 포도 품종들을 실험하고자 유럽에서 많은 수의 포도나무들을 아무런 규제 없이 수입해 들여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이 포도나무들로부터 미국의 포도나무 진딧물이 건너오게 됐습니다.
양상
처음 기록으로 남아있는 필록세라 재앙은 1863년 프랑스 랑그독에서 발생했습니다. 포도를 재배하던 사람들은 진딧물을 눈치채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재앙적인 "마름병"이 포도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질병"의 특징은 포도나무의 뿌리를 못 쓰게 만든다는 데 있었습니다. 이 새로운 병은 프랑스의 다른 밭으로 불 붙듯이 번져나갔습니다. 15년에 이르는 짧은 시간 안에 프랑스 지역 40%에 해당하는 포도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프랑스 와인 산업은 완전히 휘청였습니다. 와인 산업이 휘청이니 프랑스 경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알제리나 미국으로 이민이 증가했습니다.
세계 와인 판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프랑스 와인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특히 질 좋은 와인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거나 맥주나 위스키를 대신 소비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뛰어들었습니다. 1860년대 후반에 이르르면 학자들은 필록세라가 진딧물인지 여부를 왈가왈부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국 1870년에 다다라서 사람들은 이 마름병이 진딧물의 짓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진딧물의 영향이라는 게 분명해진 이후에는 다양한 해결책이 시도 됐습니다. 두꺼비나 닭을 풀어 포도밭에 있는 해충을 잡아먹게도 해보고 온갖 농약을 사용해 보는 등 시도가 이어졌지만 어떤 것도 효과가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포도나무를 들여오는 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미국과 프랑스의 토양이 다르다보니 특히나 포도밭마다 토양의 특성이 다르다 보니 미국 포도나무를 들여온들 자라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미국 포도나무뿌리에 프랑스 포도나무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한참이 지나 19세기 후반이 돼야 필록세라에 강하면서도 프랑스 토양에서 잘 자랄 수 있는 미국 포도나무 품종이 발견되고 들여오게 됩니다.
현재
지금에 이르러서도 필록세라에 의한 피해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필록세라가 있는 지역에서는 면역력을 갖고 있는 포도나무 뿌리에 원하는 종류의 포도나무를 접목시켜 재배하는 방식으로 타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당 진딧물을 몰아내는 데는 실패한 셈입니다.
와인 생산과 포도 재배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유럽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에서 원래 키우던 포도나무의 가장 순수한 형태는 이제 유럽이 아니라 신대륙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칠레나 호주 등 필록세라가 유행하기 전에 포도나무를 옮겨 심었던 곳에서 자라는 포도 품종들이 유럽에서는 순수한 형태로 남아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영향으로 필록세라 유행 전에 유럽에서 병입 했던 와인은 이제 역사적 가치까지 더해져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필록세라가 와인 산업에 불러온 재앙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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